잊을 수 없는 섹스, 그리고 그리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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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치 포인트]

그녀를 이해하기로 했고, 비뇨기과 사건 이후 우린 더욱더 가까워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린 서로에게 너무나도 편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내숭과 가식 없이 원하는 걸 말하고 들어주고.
 
그런데 그녀는 저와 함께할 때 특정 전화번호로 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누군지 모를 그는 한번 받지 않으면 4~5번 이상은 전화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전에 만나던 사람인데 귀찮게 계속 전화하는 스토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만남을 지속하던 중 어느 해 여름, 그녀는 해외 출장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출장 가면서 겸사겸사 휴가를 내서 며칠 더 놀다 올 거라고 하였습니다. 몇 달 전부터 같이 여름 휴가 가자고 했기에 살짝 서운했지만 출국하는 날 공항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오빠 조금 있으면 차 막히니까 내릴 필요 없어. 빨리 가."
 
"괜찮아, 너 수속하고 들어가는 거 보고 갈게."
 
"아니,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하니까 빨리 가. 오빠 출근해야지."
 
"그래. 조심해서 잘 갔다 오고 전화 자주 해~."
 
그렇게 그녀는 2주 정도 출장 겸 휴가를 떠났습니다. 2주 내내 가끔 문자는 주고받았지만 통화는 할 수 없었습니다. 전화 받기 힘들다면서 문자로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그녀가 없는 2주간 열심히 일하고 잠시 못 했던 운동도 하면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2주쯤 지난 후 아침 6시,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빠, 나 지금 인천공항 도착했어. 나 짐도 있고 그러니까 데리러 올 수 있어?"
 
"응. 당연하지."
 
"히히. 그럼 빨리 와. OO번 출구에 있을게."
 
"그래, 알겠어. 빨리 갈게."
 
너무 반가웠습니다. 2주라는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전 대충 씻고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그녀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차에 탄 그녀는 저에게 진한 키스를 해주었습니다.
 
"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 그리고 너무 하고 싶었어."
 
"빨리 집으로 가서 한 번 하고 출근해."
 
그녀의 말에 더 흥분되었습니다.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제 옷을 벗기더니 애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못 한 거 보상이라도 받는 듯이 그녀는 열정적이었고 저 역시 그동안 참아왔던 것을 분출하듯이 그녀를 느끼며 사랑했습니다.
 
격정적인 섹스 후 그녀는 씻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때 그녀의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 하지만 누구인지 아는 그 번호였습니다. 두 번 정도 전화를 하더니 문자가 왔습니다. 전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문자를 몰래 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샤워 중이었고, 그녀가 스토커라고 말하던 그 남자에게서 온 문자. 저도 모르게 그녀의 문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피곤하지? 잘 들어갔어? 갑자기 뭔 일이 생겨서 공항에서 혼자 간다고 그래? 난 아까 집에 도착해서 씻고 누웠어. 다음 휴가 때는 휴양지 같은데 가자.'
 
가슴이 먹먹하고 머릿속이 띵해졌습니다. 화도 나고 실망스럽고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보지 말걸, 내가 왜 그 문자를 보았을까라는 후회를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샤워하고 나온 그녀. 저에게 사랑스러운 말투로 안깁니다
 
"오빠 너무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다음에는 오빠랑 꼭 같이 가고 싶더라. 휴가 내내 따분하고 재미 하나도 없더라고. 이렇게 재미없을 줄 알았으면 빨리 한국 와서 오빠랑 있을 걸."
 
단순한 건지 아니면 제가 바보인 건지 이 말 한마디에 전 그냥 모른척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지금 행복한 이 순간을 깨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속으로 자기 최면을 걸었나 봅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잊을 수 없는 섹스, 그리고 그리움 6(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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