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인 줄 알아! 2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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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리짓존스의 일기]
 
차 안에서 간단한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에, 운동은 취미삼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고, 나와 동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의 나이를 들었을 때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한데, 왠지 모르게 더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내가 그의 차에서 내리기 전 그가 나의 번호를 물었고, 나는 큰 기대는 하지 않은 채 그에게 번호를 주었다.
 
집으로 곧장 달려가 그의 팔뚝과 두꺼웠던 손 마디를 생각하며 깔끔하게 자위를 한 뒤 잠에 들었다.
 
이틀 뒤, 그로부터 저녁을 먹자는 연락이 왔다. 저녁 말고 서로를 먹으면 안될까-, 라고 보내려다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는 이틀 전 내 기억보다는 더 섹시한 모습이었다. 흰 와이셔츠에 정갈한 머리.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뭔가, 그 동안 상대방의 겉모습에 큰 욕심을 내지 않은 나에게 신이 주는 선물같았달까.
 
여하튼 저녁은 자연스레 술자리로 이어졌고, 술자리는 자연스레 우리를 모텔로 이끌었다. 많은 대화로 그새 친해진 우리는 모텔 안에서도 꽤나 편안했다. 그가 먼저 씻겠다며 셔츠를 풀어헤쳤고, 그 순간 잠시 시간 정지를 시켜 놓아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감탄하며 멍하니 바라 봤다. 젖은 머리를 한 그가 나오고, 나는 여유(있는 척)있게 웃으며 샤워실 안으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 사실 급한 마음에 엄청 빨리 씻었는데 너무 빨리 나가면 좀 그럴까봐 물 틀어놓고 가만히 멍때린 건 비밀. –
 
여느 남자와 다름 없이 침대에 누워있거나 티비를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의외로 샤워실문 바로 앞에 서있었고, 그 때문에 깜짝 놀란 내가 ‘깜짝야!’ 하며 그의 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폭풍파워키스를 시작했다. 키스는 생각 보다 달콤했다. 그는 이따금씩 음..음…. 하며 키스 도중 신음소리를 냈는데, 사실 키스하며 소리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에게는 별로 달갑진 않은 소리였다.
 
그래도 그는 나를 번쩍 안아 들어 침대로 내동댕이 쳐 그 달갑지 않음을 깔끔하게 없애주었고 나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게 다였다. 내가 그와의 섹스를 회상하면 생각하는 게, 날 들어 침대에 던진 것 밖에는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정말 그게 다였다. 그는 말 그대로 ‘어찌할 바를’ 잘 몰랐고, 나에게 오랄을 해주려는 듯 내려가다 망설이고, 손으로 해주다가 또 입을 대려 다가 망설이고, 해줄거면 해주지 아래서 뭐하는 짓이야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아래에서 내적 갈등을 겪던 그가 드디어 입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혀를 쓰지도 않고, 입술만 가져다 댄 채 대략 5초 정도 비비다가 올라왔는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섹스가 끝난 후, 그가 나에게 ‘너, 근데 영광인 줄 알아!’ 라고 말한 것. 나는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왜 언제 그 ‘영광’이라는 부분인지 몰라 ‘응????’ 하고 되물었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니, 친구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다른 애들은 여자한테 오랄안해줘~’
‘??????????’
‘나는 그런 거에 거부감 없으니까 너는 영광인 줄 알아’
 
그리곤 실제로 엄청 뿌듯하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안는 그였다. 나는 혹시나 싶어 재차 확인했다. 혹시 내가 받은 것이 오랄인지, 아니면 나한테 냄새가 나서 원래 계획대로 잘 못 한건지. 그는 확실히 나에게 오랄을 해준 것이었고 그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아아, 성스러운 오랄의 뜻을 더럽힌 자여. 나는 그를 꼭 동갑이라고, 나이가 어려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게 다 성교육 부족 때문이다. 그렇게 탓하고 싶다. 아니 대체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오랄은 당연한 거고, 남자가 여자에게 해주는 오랄은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 모순이 어딨나? 남자가 더 찾기 쉬워서? 꼬추는 옛다 여깄다. 이건데 클리토리스는 나 잡아봐라여서 그런가?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숨바꼭질을 해봤을 테고, 그러면 숨어있는 자를 찾는 것에 대한 희열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알 텐데, 대체 왜 그러냔 말이다. 숨어있더라도 좀 찾아서 즐겁게 해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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